평범한 브랜딩 속에서 끄집어낸 욕망의 발견
포기할 뻔한 퍼스널 브랜딩
브랜딩은 언제나 어렵다. 특히 '나'를 브랜딩 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브랜딩은 누가 하는 걸까? 진심, 진짜 나를 보여줘야 한다는데 나는 보여줄 만한 게 있는 사람일까?
매력적인 성격, 독특한 취향, 끌리는 실력, 특별한 이력.
어떤 것도 나는 가져본 적이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무리 중에서 언제나 무난하게 어울리고 무난하게 친해지고 무난하게 섞이는 '인간 4'쯤 되는 사람.
평소에는 "나같은 사람이 있어야 뛰어난 사람들이 돋보이는 거야"라고 허세를 부리며 평범함을 지향한다고 지껄이고 다녔다. 하지만 브랜딩 앞에 서면 한없이 초라해지는 범인(凡人)이었다.
또다른 큰 장벽은 ‘브랜딩 할 재료의 부재’였다. 나에 대한 기록을 체계적으로 축적된 것이 없었다. 무엇보다 나를 밖으로 꺼내 보여주는 일이 편하지 않았다. 결국 과제를 미루고 미루다가 거의 포기해야 되나, 하는 단계 직전까지 갔다.
그러다가 인스타 피드에 뜬 글이 눈에 띄었다. (궁금하시면 요기예요)
'나의 평범함' 이라는 문구가 좋았다.
무서운 알고리즘. 내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 주는 글을 띄우다니! (브랜딩 검색한 적 없음, 팔로우하는 계정 아님)
평범함이라면 적어볼 수 있지.
게다가 예시도 있어서 생각하기도 쉬웠다.
게으름은 기질일까 약점일까 따위를 고민하면서 두서없이 쓰다 보니 모니터 화면에 글자가 꽉 차고 있었다.
좋은 면만 꾸미려 하지 않고 평번한 성격, 부족한 경험, 소소한 능력까지 나열하면서
점점 개인 감정을 배제하고 꽤 나를 객관화하면서 쓰게 되었다.
정리는 네가 해
이제 브랜딩을 위한 재료가 준비되었다! 최근 구독한 클로드를 시켜보았다.
너는 다양한 분야의 개인을 브랜딩 해본 경험이 풍부한 20년차 퍼스널 브랜딩 전문가야.
아래의 사람을 분석해서 어떤 모습과 방향으로 퍼스널 브랜딩을 진행하면 좋을지 제안해줘.
---이녀석의 첫 번째 대답부터 마음을 울렸다.
핵심 진단: "나서지 않는 사람"이 브랜드가 되려면
.... 20년간 다양한 사람을 브랜딩하면서 확신하게 된 게 있습니다. 조용한 사람의 브랜딩이 오히려 더 강력합니다. 시끄러운 시장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더 오래 기억되거든요.전형적인 AI의 아첨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쫌 좋았다.
첫 번째 방향 : ‘편안한 AI 안내자’
내 성격 중에 필요한 부분을 쏙쏙 골라내더니 AI 강사로서의 브랜딩 포지션을 잡아주었다.
기술 중심 전문가형이나 하이텐션 크리에이터형이 아닌, AI를 어려워하는 사람 곁에서 천천히 함께 가는 동행자형 브랜드였다.
이 포지셔닝은 분명 설득력이 있었다. 특히 “AI를 해야 한다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40대 전후 여성”이라는 타겟 정의는 나의 경험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강의자라기보다 먼저 해본 사람, 선생님이라기보다 옆자리에서 같이 써보는 사람이라는 브랜드 톤 역시 현실적이었다.
타겟과 포지셔닝을 구체화하려 했더니 평범한 나에게 맞는 D존의 포지셔닝이 나왔다. 😂
(이정도면 시장이 거의 없다는 거 아닌가 -_-a)
내 성향과 성격의 포인트를 잘 잡아줘서 나답게 평범한 브랜딩을 만들어 주었다.
기왕 했으니 끝까지 해봐야지! 브랜드의 미션, 비전, 가치도 대화하면 만들어 보았다.
브랜드 키워드
: 편안함 · 느림 · 솔직함 · AI · 동행
미션 (Mission)
: AI가 어렵고 두려운 사람들이, 자기 속도대로 AI와 친해질 수 있도록 옆에서 걸어간다.
비전 (Vision)
: 느린 사람도, 겁 많은 사람도,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도 — 누구나 AI를 자기 삶의 도구로 편안하게 쓰는 세상
가치 (Core Values)
솔직함 (Honesty) : 잘 모르면 모른다고, 어려우면 어렵다고 말한다.
편안함 (Comfort) : 누구도 조급하게 만들지 않는다.
동행 (Togetherness) : 위에서 가르치지 않고, 옆에서 같이 한다.
느림의 존중 (Slow is OK) : 빠른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따뜻한 경계 (Warm Boundaries) :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되, 나를 지키는 선은 조용히 유지한다.
욕망의 발견
설명이 틀린 건 아닌데, 어딘가 마음 한가운데를 다 건드리지는 못하는 느낌이 남았다. 점점 다른 감정이 올라왔다.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여겨서 애써 눌러두었던 마음.
바로 예술가에 대한 동경이었다.
나는 늘 예술을 동경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재능이 없어”라고 생각했다. 색상과 폰트의 조화는 아무리 공부해도 왜 그게 어울리고 안 어울리는지 모르겠고, 그림도 못 그리고, 창작 아이디어도 부족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예술은 부러워만 할 뿐, 내 것이 될 수는 없는 영역이라고 미리 포기했다.
그런데 AI로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마음이 달라졌다.
손으로 잘 그리지 못해도, 내 안에 있는 장면과 감정을 꺼내볼 수는 있지 않을까.
내가 직접 붓을 들지 않아도, 내가 보고 싶은 세계를 조금씩 만들어볼 수는 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을 느끼는 순간, 그동안 눌러두었던 마음이 다시 살아났다.
<이미지 메모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른 크리에이터의 영감' 폴더>
다시 방향을 전환해 클로드와 대화했다.
두 번째 방향 : '그림 못 그리던 사람이 AI로 자기 안의 세계를 꺼내는 크리에이터'
이 문장을 읽는데, 이번에는 ‘맞는 전략’이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말은 참 잘하지...
두서없었어도 나열한 재료가 있으니까 두 번째 브랜딩도 쉽게 나왔다! (기록의 중요성👍)
이번에도 나의 결과 성격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역시나 평범하다. 그래서 전시회를 할 수 있는 정도냐고.. 😂)
포지셔닝도 마찬가지로 D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ㅋㅋㅋ
다시 한번 미션, 비전, 가치도 정해보았다.
미션 (Mission)
: AI를 통해 내 안에 있지만 꺼내지 못했던 이미지와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줌으로써, '나는 재능이 없다'고 믿어온 사람들에게 '당신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다.
비전 (Vision)
: 재능이 없어도, 느려도, 나이가 들어도 — 누구나 자기 안의 세계를 시각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세상
가치 (Core Values)
솔직함 (Honesty) 잘 된 것만 보여주지 않는다. 실패한 이미지, 의도와 다른 결과, "오늘은 아무것도 못 만들었다"는 고백까지 창작 과정의 일부로 공유한다.
불완전함의 아름다움 (Beauty in Imperfection) 완벽한 결과물을 추구하지 않는다. 서투르고, 실험적이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는 것 자체를 즐긴다. AI가 의도와 다르게 만들어낸 이미지에서 오히려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한다.
표현의 용기 (Courage to Express) "못 그리는 사람"이라는 라벨을 붙이고 살아온 40여 년을 넘어서, 일단 꺼내 본다. 완성도가 아니라 꺼내는 행위 자체에 가치를 둔다.
편안함 (Comfort) 작품도, 작품을 보는 경험도 편안하다. 보는 사람에게 "나도 해볼까"라는 마음을 일으키되, 조급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따뜻한 경계 (Warm Boundaries)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되, 브랜드 톤과 맞지 않는 요청이나 과도한 노출은 조용히 거절한다. 지속 가능한 창작 활동을 유지한다.
문서로 만들어준다 하더니 '퍼스널브랜딩 전략서.docx'를 뚝딱 뽑아내주었다.
쑥쓰러우니 내용은 보여주지 못하겠고.. 이걸로 만든 이미지를...
결론 및 배운점
고통스러운 과정일 거라는 걱정과 달리, 나를 찾아가는 재미있는 여행이 된 시간이었다.
(제이님 목소리가 들린다! 거봐요!라고... ㅋㅋㅋ)
퍼스널 브랜딩은 단순히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찾는 일이 아니었다.
겉으로 보기에 맞는 포지션을 정리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오래 숨겨두었던 욕망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과정에 더 가까웠다.
처음에는 AI를 쉽게 알려주는 사람 으로 시작했다.
그것도 분명 내 모습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대화를 이어가며 결국 더 깊은 곳에서 나온 정체성은, AI를 통해 내 안의 세계를 꺼내고 싶은 사람 이었다.
아직 시작도 아닌 단계다. 작품도 없고, 스타일도 없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있다.
이제 나는 예전처럼 “나는 원래 예술과는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쉽게 말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
어쩌면 이번 숙제의 가장 큰 결과는 멋진 소개 문장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동경해 왔는지 스스로 인정하게 된 것 인지도 모르겠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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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지원 되셨나보군요 ㅋㅋㅋㅋ
브랜딩을 ‘시장에 맞는 포장’이 아니라 ‘오래 숨겨둔 욕망을 발견하는 과정’으로 끌어올려서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처음에는 ‘편안한 AI 안내자’라는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포지션을 잡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끝내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다시 붙잡아낸 흐름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은근한 욕망러 묘랑님 ㅋㅋㅋ)
특히 AI를 분석 도구로만 쓰지 않고, 자기검열을 우회해 내면의 언어를 끌어내는 대화 파트너로 활용한 점이 묘랑님 답달까? 너무나 탁월했어요. ‘평범함’과 ‘느림’을 약점이 아니라 브랜드의 질감으로 전환한 시선도 너무 좋았고요 😊 아직 결과물보다 정체성을 먼저 정직하게 붙잡았다는 점에서, 이미 브랜딩의 가장 어려운 첫 관문을 넘으신 것 같아요. 이런 기록이 결국 비슷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에게 큰 용기가 될 거예요. 같이 천천히, 그런데 분명하게 앞으로 가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