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 트레이너의 머릿속과 사고과정을 AI에 집어넣고 싶은 사람의 이야기
시작: "올인원 PT 관리 시스템"의 함정
처음에 저는 야심찼습니다.
사전 설문 자동화
인바디/FMS/체력평가 입력
종합 보고서 자동 생성
수업 리뷰 자동화
식단 기록 + AI 분석
건강 대시보드
6단계 회원 여정을 전부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설계했어요. Airtable에 15개 테이블을 만들고, 웹앱 페이지를 10개 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이거 다 만들어도, 아무도 '와 이거 없으면 안 돼'라고 안 할 것 같다."
기능은 많은데 핵심이 없었습니다. 뭘 파는 건지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없었어요.
전환점: "수업이 끝나면, 감동 주는 피드백이 자동으로 간다"
Claude Code와 대화하면서 이런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가장 위험한 방향은 기능을 더 붙이는 것이고, 가장 좋은 방향은 한 종류의 고객이 미친 듯이 좋아하는 한 가지 결과에 집착하는 것."
맞았습니다. 냉정하게 보면:
종합 보고서는 멋지지만, 1년에 2번 쓰는 기능
식단 대시보드는 화려하지만, 매일 쓰게 만들기가 엄청 어려움
수업 리뷰는 매주 3~4회 반복되고, 회원이 바로 감동하고, 트레이너는 바로 시간을 절약함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수업 리뷰 자동화" 하나에 올인하자.
그런데 여기서 진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수업 리뷰를 그냥 "오늘 한 운동을 AI가 정리해주는 것"으로 만들면, 그건 그냥 GPT 래퍼예요.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누구나 따라할 수 있습니다.
저한테는 다른 게 있었어요. 10년 넘게 쌓아온 움직임을 읽는 눈.
회원이 스쿼트를 하면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관찰: 무릎이 안으로 들어간다
→ 원인 추정: 중둔근 약화? 발목 배굴 제한?
→ 변수 제거: 먼저 발목 모빌리티 테스트
→ 결과: 발목은 괜찮음
→ 그러면 중둔근이다
→ 중재: 밴드 클램쉘 추가
→ 반응: 다음 세트에서 변위 감소
→ 다음 시나리오: 좋아지면 프론트스쿼트 도입 / 안 좋으면 고블릿 유지
이 사고 과정이 저의 진짜 가치인데, 이건 메모 한 줄에 안 담겨요. "무릎 주의"라고 적으면 그 뒤에 있는 추론 체인이 전부 사라집니다.
이걸 데이터로 캡처할 수 있으면, 그게 단순한 PT 관리 도구가 아니라 "전문가의 눈을 복제하는 엔진"의 시작점이 된다. 이걸 저는 "백리본 엔진"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Claude Code와 함께 만든 것
1. 임상추론 구조화 입력
기존의 "메모" 텍스트 박스 하나를 트레이너의 사고 흐름에 맞는 구조로 바꿨습니다.
기본 임상노트 (주황색 접이식)
관찰: 뭘 봤나
원인 추정: 왜 그런가
중재: 뭘 했나
반응: 어떻게 됐나
사고과정 기록 (빨간색 접이식) — 이게 핵심
보상패턴 체인: "발목 → 무릎 → 골반" 연쇄 관계
변수제거 순서: 문제를 좁혀간 과정
프로그래밍 의도: 오늘 이렇게 짠 이유
다음 시나리오: if/else 분기
이 데이터가 Airtable에 구조화되어 쌓이면, 나중에 "이 패턴의 회원에게는 이 프로토콜이 효과적이었다"는 추론이 가능해집니다.
2. AI가 이전 수업을 기억하는 리뷰
기존에는 AI가 매번 "처음 보는 회원"처럼 리뷰를 생성했습니다. 이제는:
최근 3회 수업 기록 + 임상노트를 프롬프트에 자동 투입
FMS 점수, 체력평가, 통증 부위도 참조
"지난번에 비해 스쿼트 깊이가 좋아졌어요" 같은 맥락 있는 피드백 생성
3. 프로그래밍 8원칙을 시스템 프롬프트로
AI가 단순히 "오늘 한 운동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제가 실제로 프로그램을 짤 때 쓰는 원칙에 따라 홈트와 다음 수업 목표를 처방합니다:
움직임 패턴 우선 (부위가 아니라 패턴으로 사고)
보상패턴 체인 인식 (상류/하류 동시 고려)
약한 고리 우선 강화 (FMS 1점부터)
교정 → 강화 → 통합 순서
퇴행 → 진행 스펙트럼 (성공 경험부터)
통증은 빨간불 (주변부 안정화 접근)
볼륨보다 빈도 (매일 5분)
다음 시나리오 분기 (항상 if/else 준비)
4. 회원 움직임 프로필
임상노트가 2건 이상 쌓이면, AI가 자동으로 "나의 움직임 프로필"을 생성합니다:
움직임 특성
강점
개선 중인 것
주의 패턴
보상패턴 요약
추천 방향
이건 회원이 자기 몸을 이해하는 "움직임의 MBTI" 같은 거예요.
실제 결과물
만든 것 | 설명 |
|---|---|
임상추론 입력 폼 | 관찰/원인추정/중재/반응 + 보상체인/변수제거/프로그래밍의도/다음시나리오 |
AI 리뷰 생성 강화 | 이전 수업 맥락 + FMS + 체력평가 + 통증 + 임상노트 반영 |
백리본 엔진 시스템 프롬프트 | 프로그래밍 8원칙 |
움직임 프로필 API + UI | 임상노트 누적 → 자동 프로필 생성 |
한줄격려 전체 파이프라인 | AI 생성 → 편집 → 저장 → 카톡 복사 |
트레이너 대시보드 리뷰 현황 | 누구한테 몇 건 보냈는지 한눈에 |
Airtable 필드 자동 추가 | 임상노트 + 한줄격려 필드 |
전부 Claude Code와 대화하면서, 비개발자인 제가 만들었습니다.
이전에는 이걸 어떻게 했나
수업 끝나고 카카오톡으로 "오늘 스쿼트 잘하셨어요! 홈트로 클램쉘 해오세요~" 이렇게 직접 타이핑했습니다.
문제:
30분 걸림 (회원 많으면 더)
매번 비슷한 말 반복
임상추론 과정은 머릿속에만 있고 어디에도 기록 안 됨
회원은 "오늘 뭐 했더라?" 기억 못 함
재등록 상담할 때 보여줄 데이터가 없음
이제는:
수업 끝나고 3분 (운동 내용 + 메모 입력 → AI 생성 → 카톡 복사)
매번 그 회원에게 맞는 맥락 있는 리뷰
임상추론이 구조화되어 쌓임
회원은 "나의 움직임 프로필"로 자기 몸을 이해
모든 데이터가 누적되어 재등록 상담 근거
깨달은 것들
1. 비전에 취하면 제품을 못 만든다
"폰 있는 사람 누구나가 고객" 같은 말은 듣기 좋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내 센터 회원 7명이 "이거 없으면 불편하다"고 말하는 게 먼저예요.
2. 진짜 해자는 기술이 아니라 현장 workflow
Next.js, Airtable, Claude API — 이 조합은 누구나 쓸 수 있어요. 하지만 "트레이너가 수업 중에 관찰 → 원인추정 → 중재 → 반응 순으로 사고하는 흐름"을 알고 그걸 데이터로 캡처하는 건, 현장에서 10년 넘게 일한 사람만 설계할 수 있습니다.
3. AI는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 사고를 확장하는 것"
Claude Code가 코드를 짜준 건 맞지만, "뭘 만들어야 하는지"는 제가 결정했습니다. 특히 임상추론 구조화는 — Sahrmann, Janda, 근신경학적 보상 패턴 같은 프레임워크를 10년 넘게 공부하고 현장에서 적용해온 제 경험에서 나온 거예요. AI는 그걸 코드로 번역해준 거지, 대체한 게 아닙니다.
4. "관점을 먼저 팔아라"
제가 만든 건 아직 제품이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의 움직임을 읽는 방법"이라는 관점은 이미 가치가 있어요. 이 관점을 콘텐츠로 먼저 공유하고, "이 관점으로 내 몸을 봐달라"는 사람이 모이면 — 그게 제품의 시작입니다.
다음 스텝
실제로 회원 7명에게 자동 리뷰 보내보기
"이거 없으면 불편하다"는 반응이 나오는지 확인
임상노트 10건 이상 쌓이면 움직임 프로필 품질 확인
쓴 도구
Claude Code (Opus) — 코드 작성, 아키텍처 설계, 전략 대화 상대
Next.js 16 — 웹앱 프레임워크
Airtable — 데이터베이스
Claude API (Sonnet) — 수업 리뷰 / 움직임 프로필 AI 생성
Vercel — 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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